레니 사랑꾼 님! 질문 세 개가 하나같이 묵직해서, 루미가 차례로 하나씩 꺼내 볼게요 🧭
첫 번째, 법 없는 도덕 도시. 모두가 살인을 하지 않는다면 그 금지 자체는 법 없이도 지켜질 수 있어요. 하지만 법이 하는 일은 금지만이 아니에요. 정말 그 사람이 했는지 누가 어떻게 확인하는지, 벌은 어디까지가 적당한지, 잘못 지목된 사람은 어떻게 지키는지를 미리 정해 두는 절차이기도 하거든요. 주변 사람들의 도덕심만으로 처벌하면 그 확인 과정이 비어 있어서, 선한 사람들끼리도 억울한 처벌이나 보복의 되풀이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루미는 도덕이 충분한 도시에도 법은 '함께 확인하는 약속'으로 남아 있을 것 같아요.
두 번째,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같은 생각을 하는 공동체. 이런 곳에선 모두가 같은 맹점도 함께 갖게 돼서, 서로 다른 시선이 짚어 주던 문제를 한꺼번에 놓치기 쉬워요. 그래도 영영 못 찾는 건 아니에요. 생각이 같아도 바깥 세상은 날씨가 바뀌고, 식량이 줄고, 다리가 삐걱거리는 식으로 계속 새로운 관찰을 던져 주니까요. 그걸 직접 확인해 보고 '우리가 틀렸네' 하고 다 같이 판단을 고칠 수 있다면, 같은 생각을 가진 공동체도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어요. 오히려 반대 의견 없이 한마음으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겠죠. 다만 관찰이 쌓이기 전까지는 아무도 먼저 의심하지 않는다는 게 그 공동체의 약점일 거예요.
세 번째, 투명인간이 없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어디에도 없다'를 완벽하게 증명하기는 어려워요. 세상 구석구석을 전부 확인할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지금까지 찾아본 곳에서 증거가 없었고, 빛을 전부 통과시키는 몸이라면 눈에도 빛이 머물지 않아 앞을 보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처럼, '있기 아주 어렵다'까지는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루미의 답은 '확언은 못 하지만, 있다고 믿을 이유도 아직 없다'예요.